실험실 없이 세계 최고의 발견에 도달하는 시대
1. 서론
“방대한 데이터 앞에서 과학의 전통적 접근은 쓸모없게 되고 있다.” 최근에 나온 표현이 아니다. 십수년 전, 그것도 2008년 당시 WIRED誌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그의 기고문에서 한 말이다[1]. 당시 저자의 표현은 과학계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2024) 노벨상 수상 결과는 과학 발견에 있어서 AI가 그 중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물리학상은 인공지능 신경망의 기반을 닦은 존 호프필드와 제프리 힌튼에게 돌아갔고, 화학상은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50년 난제를 AI로 해결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에게 수여되었다[2]. 이는 과학계의 최고 권위 상이 AI 기반 발견과 AI 기초이론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과학 연구 방법론이 모델·실험 중심에서 데이터·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 AI 관련 연구의 증가와 변화
Fig. 1 AI 관련 논문 증가 추이 [3]
전 세계 AI 관련 학술 논문의 수는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2013년 약 10만여편 수준이던 AI 관련 논문은 2023년에 24만여편 이상으로 거의 3배에 달했고, 특히 최근에 들어 19.7%라는 증가율을 보이며 꾸준한 상승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AI 연구 결과물의 생산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볼 때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3]. AI의 활용이 과학 분야에서 크게 인정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딥마인드(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의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이다. 이들은 AlphaFold(단백질 구조 예측)라는 것으로 AI가 생명과학 연구에 혁신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같은 해 물리학 분야에서도 그랬다. 제프리 힌튼과 존 홉필드가 신경망 연구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면서, 기초 과학에서도 AI 혁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AI는 물리·재료공학 분야에서도 연구 방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 2023년 딥마인드의 AI 모델( GNoME)은 220만 개에 달하는 새로운 결정 구조를 딥러닝을 통해 예측한 결과, 약 38만 개가 안정적인 신소재라는 것을 확인시켰다[4]. 기존 연구패턴에 따르면 수백년이 걸리는 신규물질을 한꺼번에 발견한 것이다. AI가 신소재 발견 속도 마저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AI 활용도는 생명과학·의료부터 화학, 물리, 재료공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학문 분야에서 빠르게 심화되 있다.
Fig. 2 주요국 AI 관련 논문 생산 추이 [3]
3. 주요국가별 AI 연구 생산 비중 및 최근 동향
전 세계 AI 연구에서 중국과 미국의 역할은 대조적인 추이를 보인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AI 연구 논문의 23.2%를 산출하여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유럽(EU 및 유럽 지역 합산)은 약 15.2%, 미국과 인도는 각각 9.2% 수준을 기록하였다. 중국의 비중은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을 추월하며 꾸준히 상승해온 반면 유럽은 같은 기간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미국의 생산 비중은 2010년대 후반까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가 2021년 이후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인도는 비중은 아직 낮으나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3년에는 글로벌 AI 논문의 약 9%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최근 동향은 AI 연구의 지리적 중심이 빠르게 다변화 즉, AI시대에 국가별 과학기술 경쟁력이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시사점
역사적으로 노벨상 수상자 다수가 미국·서유럽 등 한정된 지역과 기관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는 과학계의 체재 기반 효과(Institutional Filtering)가 작동한 결과였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서구권 중심의 연구환경과 기존 인지도 기반의 과학계 구조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AI의 도입은 이러한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값비싼 장비나 거대한 연구실 없이도, GPU 자원과 AI 모델, 대규모 데이터만 있으면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스타트업 기업도 스위스의 거대 기업과 동일한 AI 기반 단백질 연구 플랫폼에 접근하여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AI 도구의 개방으로 혁신의 진입장벽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5]. 이는 후발국·중진국 연구자들도 충분한 자원과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학문적 발굴과 발견을 주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Fig. 3 인구 10만명 당 AI 관련 특허등록 건수 [3]
이제 노벨상과 같은 최고 권위의 성취도 이제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닌 글로벌 과학 공동체의 공동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AI 관련 특허 등록 건수로 보면 글로벌 최고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추세에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GPU-모델-데이터로 대표되는 AI 과학 혁신 역량을 시급히 육성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노벨과학포럼 정책연구그룹]
[참고문헌]
[1] Anderson, C. (2008). “The End of Theory: The Data Deluge Makes the Scientific Method Obsolete.” WIRED, June 23, 2008
[2] Li, B. & Gilbert, S.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awarded two Nobel Prizes for innovations that will shape the future of medicine.” npj Digital Medicine, 7:336 (News & Views).
[3] Stanford HAI. (2025). AI Index Report 2025
[4] Amil Merchant and Ekin Dogus Cubuk(2023), “Millions of new materials discovered with deep learning”.(https://deepmind.google/blog)
[5] Hume, J. (2025). “How AI-powered innovation can democratize breakthrough science.” World Economic Forum, June 25, 2025
Disclaimer 이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연구진의 개인적인 분석 및 의견이며, 한국노벨과학포럼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첨부파일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