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관점의 투자와 더불어 국내환경 조성 시급


1. 요약

노벨상 수상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다최근까지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추이를 살펴보면이들 성과는 특정국가특정지역에 편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 속에서 도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미국과 유럽이 과학 부문 노벨상을 점유해 왔고, 노벨상의 상당한 연구주제는 연구자 나이 30~40대의 전성기에 이루어진 반면실제 노벨상 수상은 이보다 훨씬 후인 고령에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최근 노벨 경제학상에서도 조명된 창조적 파괴” 이론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서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나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환경의 중요성을 시사한다최근의 유럽 성장 정체를 두고 유럽중앙은행(ECB)은 혁신 부족과 경직된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이들 규제의 개혁과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아울러 노벨상 외 권위있는 과학상 수상자 특성을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혁신 생태계 초기의 우위가 지속적으로 선순환되어 연구인프라를 견고하게 하고 이러한 인프라로 인해 더 많은 인재·자원·기회가 혁신 국가로 쏠리고 있다고 지적한다한국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연구문화 향상 등 측면에서 이러한 시사점을 반영하고 장기적 안목의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Fig. 1 국가별 노벨상 수상자 현황(1901-2024 누적) [1]


2. 국가별 노벨상 수상 동향

한 연구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24년까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과학 부문 혁신적 발견의 93%가 미국과 유럽에서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다[1]. 유럽에서도 고른 분포가 아닌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4개국의 성과에 편중되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보면 그 숫자는 더 적어진다. 일본과 호주가 노벨상급 발견에 일조했을 뿐이다. 과학기술 투자가 커진 중국과 인도는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적다. 다만 노벨상 특성상 특정 연구자의 업적이 실제 수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바, 최근 과학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기여도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2025년 클래리베이트(Clarivate) 인용 데이터를 기준으로, 중국은 처음으로 본토 출신 과학자를 'Citation Laureate'(잠재적 노벨상 후보)로 포함시켰으며, 향후 3년내에 미국을 추월해 가장 많은 고인용 과학자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그러나 발견이 인정받고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평균적으로 10~30년 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하는 만큼, 현재 중국의 수상 실적은 과거에 비해 미미하나, 향후 급격히 증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Fig. 2 -중 간 고인용 과학자 수 추이 [2]


3. 노벨상 수상자의 혁신 연령과 협업 특성

노벨급 과학 혁신은 연구자의 이른 나이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수상자의 영예는 그보다 상당히 늦춰진다. 권위 있는 과학상 수상자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66%의 업적이 연구자 나이 30~40대에 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튜링상(컴퓨터 분야)의 경우 모든 수상 업적이 50세 이전에 도출되었을 정도로 젊은 시절의 창의성이 중요했다. 반면, 실제 수상하는 평균 연령은 60세 전후로 높아지고 있어, 위대한 발견을 인정받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협업의 중요성도 한 몫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과학 분야의 권위있는 상을 받은 연구자의 74%가 공동연구 또는 멘토-멘티 관계를 통해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노벨상 수상자 다수는 고립된 천재라기보다 폭넓은 연구 네트워크 속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장기간 지속적인 높은 연구 생산성(일명 “hot streak”)을 유지하는 경향이 일반 과학자보다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  과학상 수상 특성 분석에서 본 메커니즘

수학의 필즈상, 의학의 래스커상, 화학의 프리스틀리상, 컴퓨터공학의 튜링상 등 분야별 최고 권위 있는 과학상 수상자 데이터를 살펴본 연구결과에서 보면 대부분의 수상자가 미국과 서유럽 등 소수 선진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과학상이 특정 국가에 편중된 구조임을 드러낸것이다. 이는 글로벌 혁신지수 등 국가별 혁신역량 지표와도 대체로 유사한 분포를 보인다. , 과학 인프라의 우위가 실제 수상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과 같은 분포가 관찰된 것이다. 저자는 왜 이런 집중도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 잠재 메커니즘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구조적 축적(structural accumulation)” 효과로, 초기부터 노벨상·필즈상 등의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그 나라의 명성이 높아져 더 많은 인재와 자원이 유입되고, 그로 인해 향후 더 많은 혁신 성과가 도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둘째, “제도기반 편향(institutional filtering)” 효과로 인해 국제 상 심사위원들이 무의식중에 연구 인프라와 학술 수준이 탄탄한 나라의 후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연구 환경이 우수한 국가의 과학자들이 상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지는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혁신 생태계의 초기 우위가 시간을 거듭하며 우위가 강화되고 국제적 인정마저도 제도적 기반이 잘 갖춰진 곳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이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여 각국이 글로벌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적 인재를 불러들이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3].

 

5. 결론 및 제언

글로벌 노벨상 수상자 동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분명하다. 첫째,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 없이는 노벨상 수준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벨과학상 강국인 미국과 일본은 수십 년에 걸쳐 막대한 기초연구 투자를 꾸준히 지속해왔고, 일본의 경우 1970~90년 경제호황기에 기초과학에 쏟은 자원이 2000년대 이후 과학분야 노벨상 22건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기초연구 투자를 시작하여 아직 역사와 저변이 얕은 만큼, 긴 안목에서 축적의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연구현장의 문화와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그동안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풍토와 정권 교체에 따라 연구 방향이 흔들리는 관행으로 인해 연구자들이 한 우물을 깊게 파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미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좌절하고 연구 현장을 떠났으며 이 시간에도 상당수 과학자들은 해외의 더 나은 여건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10월에만 과학을 말하는행태에서 벗어나 연중 꾸준한 과학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5]. 정치적 사이클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지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존중하는 평가 시스템, 연구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되어야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꽃피울 수 있다. 아울러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우수 인재를 유입시키는 전략 등 국내외 석학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시급하다. 이러한 제도적·문화적 토대를 구축한다면, 당장의 노벨상 수상 여부를 넘어 한국 과학의 혁신역량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라고 본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내어놓는 글로벌 혁신지수(GII)의 최상위그룹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분명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본다. [한국노벨과학포럼 정책연구그룹]

Fig. 3 주요국 GII와 노벨 과학상 수 현황(2025)


[참고문헌]

[1] M. von Zedtwitz et al.(2025). “An analysis of Nobel Prize-winning discoveries and their recognition.” Research Policy. 54:105150

[2] Predicting who will win Nobel prizes”. The Economist. Sep. 27th(2025). pp.75-76

[3] Xiaoya Ren et al.(2025). “Discovering characteristics implicated in scientific reward activities: a multi-dimensional observation of prestigious scientific awards.”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0: 558 (2025)

[4] Conny Olovsson & Alexander Popov(2025). “Understanding sustained growth: the 2025 Nobel Prize and why it matters for Europe.” European Central Bank(ECB) Blog, European Central Bank(2025. 10. 20.)

[5] 장윤정(2025), “10월에만 과학과 노벨상을 말하는 나라”, 동아일보 사설(2025. 10. 19.).


Disclaimer

이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연구진의 개인적인 분석 및 의견이며, 한국노벨과학포럼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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